지용성 비타민의 일종인 ‘비타민D’는 여러 비타민 중에서도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바로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합성된다는 것이다. 피부에 자외선이 닿으면 우리 몸은 피부 아래 지방을 자극해 콜레스테롤을 비타민D로 변환한다. 이렇게 생성된 비타민D는 간에 저장됐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신의 비타민D 수용체와 결합해 체내에서 이용된다. 그런데 천연비타민D가 충분히 합성될 만큼 햇볕을 쬐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천연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일광욕을 해야 하는데, 현대인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바쁜 일과에 치이다 보면 낮 시간에 바깥에 나갈 일이 없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피부 건강을 위해 매일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 또한 천연비타민D 합성을 방해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투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경우 체내 비타민D 생성이 99%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 부족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도와 뼈의 형성과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비타민D가 부족하면 성장 발육이 저해되고 골다공증, 골연화증 위험이 높아진다. 또 면역 세포 생성에 문제가 생겨 면역력이 떨어지며,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우울증에도 걸리기 쉽다.
햇볕을 매일 적당하게 쬐면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에 좋다. 비타민 D가 충분하게 합성돼 골다공증이 예방되고, 흑색종이라는 악성피부암의 발병이 줄어든다. 밤에는 잠이 들고 낮에 잠이 깨는 일주기 리듬이 강화돼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일산화질소의 양을 변화시켜 혈관을 이완시킨다.
자연광은 심지어 치매를 예방해주는 효과도 있다. 비타민 D는 골다공증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천식, 암, 당뇨,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 칼슘, 철, 마그네슘, 인, 아연과 같은 미네랄의 흡수를 돕는다.
햇볕을 쬐지 못해 비타민 D가 10ng/㎖(나노그램/밀리리터) 이하로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치매가 20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햇볕을 쬐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스웨덴 의과대학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햇볕을 꾸준히 쬐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20년 동안 더 오래 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년간 3만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흡연 여부와 햇볕 쬐기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과 건강상태 등을 조사한 뒤 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선탠이나 햇볕 아래서 책을 보는 등 적당한 햇볕을 쬐는 습관을 가진 여성은 햇볕을 전혀 쬐지 않는 여성에 비해 심장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햇볕을 쬐면 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고 그만큼 장수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햇볕을 피하는 습관이 있는 경우 흡연만큼 조기 사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햇볕을 쬐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소 측은 "햇볕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피부암 발생 가능성이 커지지만 적당한 햇볕 쬐기는 각종 질병 예방과 장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선 연구에서도 햇빛을 적게 받는 지역에 사는 남성들이 심장병 위험이 높다고 밝혀졌으며 이는 햇빛을 적게 받아 체내 비타민D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내과학회지'(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으며 2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