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나이지만 어떤 사람은 빨리 늙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늙는다. 왜 그럴까?
일본의 대표적인 항노화(장수) 전문가인 이토 히로시(伊藤裕) 게이오대 의학부 교수는 `건강 100세, 장과 신장이 결정한다`(매일경제신문사 출간)는 책에서 노화 속도를 `장기의 시간`으로 설명한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처럼 우리 몸속의 뇌, 심장, 신장, 폐, 위, 장 등의 장기(臟器)도 노화되는 속도(시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이토 교수는 말했다. 즉, `장기의 시간`이 노화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이토 교수는 "우리 몸속의 장기는 각각 수명이 정해져 있어 그 수명을 다하면 병에 걸리게 된다"며 "장기에도 저마다 유통기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쥐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는 장기의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쥐의 심장박동수가 1분에 300회, 사람은 50~80회로 쥐 심장이 빨리 뛰어 장기의 유통기한도 짧아져 빨리 죽는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의 수명은 15~18년, 코끼리는 50~60년, 땅거북은 약 100~150년으로 동물마다 수명이 다른 이유 역시 장기의 시간과 관련돼 있다. 호흡과 심장박동이 빠르면 수명이 짧고, 느리면 오래 산다.
이토 교수는 `장기의 시간`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로 장(腸)과 신장(腎臟)을 꼽는다. 장과 신장은 대변과 소변을 배출하여 우리 몸의 디톡스 역할을 하지만 몸 안에서도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한다. 장은 매일 먹는 음식물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신장은 사구체라는 필터로 더러워진 혈액을 여과·정제시킨다. 이토 교수는 장수하는 사람은 장과 신장의 노화 속도가 느려 기능이 저하되는 경사가 완만하다고 말한다.
이토 교수의 `장기의 시간`을 늦추는 방법, 즉 장수해법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뇌가 상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건이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라고 조언한다. 이웃·주변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 좋은 부부관계,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감동과 사랑스러운 아이 모습에서 찾는 아름다움 등은 뇌를 즐겁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메타볼릭 도미노(metabolic domino)와 시공의료라는 개념을 도입해 100세시대의 장수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메타볼릭 도미노는 대사증후군으로 발생되는 병이 마치 도미노처럼 잇따라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과식과 운동 부족→비만→내장지방 축적→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뇌혈관질환 등으로 진행된다는 얘기다.
시공의료는 상호 연결된 장기라는 입체적 `공간`과 장기에 녹아 있는 세월의 `시간`으로 구성된 4차원의 공간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찾아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를 말한다. 이토 교수는 평소 나쁜 생활습관은 `나쁜 기억`으로 계속 축적되어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축적이 정상 궤도를 벗어나 한계를 넘어서면 장기의 장애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게 이토 교수의 주장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https://www.mk.co.kr/news/it/view/2016/05/321972/